AI는 새 구멍을 만들지 않았다 — 은행권 동시다발 침해로 본 "옆문" 관리
9월 말 국내 은행과 금융사 7곳에서 고객 정보가 유출됐습니다. 공격자는 공개된 AI 침투 테스트 도구를 썼지만, 뚫린 곳은 대출모집인용 외부 시스템처럼 오래전부터 관리가 약했던 옆문이었습니다. 같은 공격을 막아낸 은행과 무엇이 달랐는지 정리했습니다.
정문이 아니라 옆문
9월 28일 오후 6시 4분, 신한은행의 한 시스템에 공격이 시작됐다. 은행이 이상 징후를 확인하기까지 15시간 26분이 걸렸다. 그사이 고객 2만 5,729명의 이름 · 전화번호 · 연소득 · 산출 대출한도가 빠져나갔다.
뚫린 곳은 고객이 쓰는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 앱이 아니었다. 대출모집인이 쓰는 외부 시스템이었다. 같은 공격자는 KB국민은행 · 하나은행 · BNK부산은행 · 예가람저축은행 · 웰컴저축은행 · 현대캐피탈에서도 흔적을 남겼고, 주간경향에 따르면 7곳에서 확인된 유출은 총 6만 8천여 건이다(조사에 따라 늘어날 수 있다).
① 무엇이 쓰였나 — 공개된 AI 침투 테스트 도구
공격 흔적에서 확인된 도구는 ARTEX(아르텍스)다. 깃허브에 소스코드가 공개된 오픈소스 AI 침투 테스트 도구로, 전체 작업을 계획하는 AI와 명령 실행 · 웹 통신을 맡는 작업용 AI들이 나눠 일하는 멀티에이전트 구조다. 외부 언어모델을 연결해 취약점 탐색과 공격 수행을 자동화한다.
도구 자체는 모의해킹용으로 공개된 것이고, 이런 공개 AI 모의해킹 도구는 80여 개에 이른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10월 7일 보고서에서 공격자가 관리하던 서버의 디렉터리가 공개 상태로 방치돼 AI 세션 기록과 도구 설정 파일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공격자의 신원은 아직 추정 단계이며, 경찰청이 전담 수사관 28명을 투입해 국제 공조로 추적 중이다.
② 어떻게 들어왔나 — 오래된 수법 그대로
- 크리덴셜 스터핑 — 다른 곳에서 유출된 아이디 · 비밀번호를 대량으로 대입
- 본인 확인 없는 조회 — 신한 · KB국민 · 하나은행은 본인 확인 없이 대출 신청 내역을 조회할 수 있는 구조였다고 보도됐다
- IP 분산 — 공격 IP가 12개국에 걸쳐 바뀌었다. IP 하나를 막는 방식으로는 대응이 늦다
- 외부 연결 업무 시스템 — 대출 진행 조회, 직원 모바일 업무 지원 시스템처럼 핵심 거래 시스템이 아닌 곳
한 전문가는 이렇게 짚었다. 지금 뚫리는 부분은 AI가 없던 과거에도 뚫렸던 부분이라는 것이다. AI가 바꾼 것은 구멍의 종류가 아니라 구멍을 찾는 속도와 규모다.
③ 막아낸 두 은행은 무엇이 달랐나
같은 공격을 받은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는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다. 보도된 차이는 기술이 아니라 설계였다.
· NH농협은행 — 대출모집인 시스템에서 내부 시스템으로 바로 가는 통로를 두지 않음
· 두 곳 모두 침입 시도는 있었으나 자체 침입 방지 시스템이 작동
즉 "유출된 비밀번호로는 로그인이 끝나지 않는 구조"와 "옆문이 열려도 안방까지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결과를 갈랐다. 둘 다 AI 이전부터 권고돼 온 기본이다.
④ 15시간 — 탐지는 왜 늦었나
자동화된 공격은 짧은 시간에 많은 요청을 보낸다. 그런데도 15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이 시스템이 모니터링 대상의 중심에 있지 않았다는 신호다. 금융당국은 올해 7월 이미 외부에서 접근 가능한 시스템을 점검하라고 안내했고, 사고 후에는 외부 접속이 가능한 전산 자산과 업무 시스템을 전수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0월 19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 5대 은행장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중요도가 높은 핵심 시스템 위주로 점검하던 방식은, 공격자가 중요도가 낮아 보이는 곳부터 자동으로 훑는 환경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공격자의 우선순위는 우리의 자산 등급표를 따르지 않는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
- 은행별 정확한 유출 규모와 항목 — 신한 외에는 일부만 보도됐다
- 공격 전 과정에서 사람과 AI가 각각 맡은 역할
- 공격자 신원 — 보안업체의 추정이 있으나 수사로 확인되지 않았다
- 금전 피해 여부 — 당국은 보이스피싱 등 2차 피해를 우려해 소비자 경보를 냈다
우리 회사 점검 체크리스트
- ☐ 협력사 · 대리점 · 모집인 · 외주 개발용으로 열어 둔 외부 노출 시스템 전수 목록 작성 (섀도 IT 포함)
- ☐ 그 시스템들의 로그인에 MFA 또는 지정 단말 · 인증서 적용 여부 확인
- ☐ 개인정보를 돌려주는 조회 기능에 본인 확인 · 권한 검사가 서버 쪽에서 이뤄지는지 확인
- ☐ 외부 시스템에서 내부 핵심 시스템으로 직접 이어지는 경로 차단 또는 별도 중계 구간 설정
- ☐ 크리덴셜 스터핑 탐지 — 계정 · IP 다변화를 고려한 실패율 · 요청량 기준 경보와 속도 제한
- ☐ "중요도 낮음" 등급 시스템도 이상 트래픽 경보 대상에 포함 — 목표는 15시간이 아니라 15분
- ☐ 사내 모의해킹에 공개 AI 침투 도구를 써서 공격자와 같은 속도로 점검
AI는 새 문을 만들지 않았다. 잠그지 않은 문을 더 빨리, 더 많이 찾아냈을 뿐이다.
※ 본 정리는 2026년 10월 12일까지 공개된 보도를 기준으로 하며, 수사와 금융당국 검사 결과에 따라 사실관계가 바뀔 수 있습니다. 피해 규모와 원인은 각 금융회사와 금융당국의 공식 발표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같은 시기 공개된 해외 사례는 10년 묵은 취약점이 아직 일한다에서 다뤘습니다.